바다의 영혼을 담은 사원 푸옌 탄르엉 사원(Chùa Thanh Lương)

푸옌

베트남 중남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 푸옌(Phu Yen). 이곳은 현지인들에게 영화 ‘푸른 풀밭에 노란 꽃이 보인다’의 촬영지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직 한국인들에게 푸옌은 다낭이나 나트랑 같은 유명 도시에 비해 ‘미지의 땅’과 같다. 직항 노선이 없고 관련 정보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 생소함이 푸옌만이 가진 독보적인 매력이기도 하다.


내가 이 낯선 도시를 찾은 이유는 명확하다.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진 한 장, ‘연못 위로 솟아오른 푸른 관음상’ 때문이다.

이번 여행 경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신비로운 실물을 직접 보기 위해 일부러 탄르엉 사원(Chùa Thanh Lương)을 방문했다.

가는 방법

탄르엉 사원은 푸옌의 중심 도시인 뚜이호아에서 북쪽으로 약 10km 거리에 위치한다. 사원으로 향하는 해안도로는 차량 통행이 거의 없어 오토바이로 이동하기에 매우 쾌적하다.

다만, 작은 도시인 만큼 오토바이 대여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관광객들에게 알려진 대여점은 주로 110cc 이상의 기종만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안전과 법규를 고려해 Vexere앱을 통해 50cc 오토바이를 미리 예약하여 이용했다.

오토바이 운전 경험이 많지 않은 데다, 한국에서 별도의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채 110cc 이상을 운전하는 것은 베트남 법규상 무면허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고자 선택한 50cc 오토바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탄르엉 사원

마을 안쪽 깊숙이 자리한 탄르엉 사원은 입구만 보아서는 여타 사원들에 비해 그리 웅장하거나 화려한 편은 아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사진 속 문이 입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담벼락을 따라 돌아가야 문 뒤편으로 연결되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오로지 연못 위에 떠 있는 푸른 관음상만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다.

그렇기에 사원이 지닌 깊은 의미나 유명세의 이유는 여행을 마친 뒤에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조사를 거듭할수록 탄르엉 사원이 이 지역에서 갖는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산호와 코코넛으로 지은 사찰

탄르엉 사원의 가장 큰 특징은 사찰의 건축 재료다. 이 사원은 산호와 코코넛 껍질을 주재료로 사용해 지어졌다.

사원의 벽과 기둥을 자세히 보면 일반적인 돌이 아니라 죽은 산호초를 쌓아 만든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푸옌 어민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리고 사원 내부 천장이나 장식에 코코넛 껍질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갈색 톤과 독특한 질감을 연출했다.


탄르엉 사원은 다른 유명 사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전체적으로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방문객이 아주 많지 않은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사원 구석구석에서 사람의 손길로 정성스럽게 가꾼 온기가 느껴진다. 사내에는 다양한 불상들이 모셔져 있었으나, 나의 시선은 자연스레 이번 여정의 목적지인 연못으로 향했다.


연못 위에 솟아오른 관음상은 압도적인 크기는 아니었으나, 물 위로 드러난 자비로운 얼굴과 손의 형상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만들 만큼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특히 관음상 바로 앞까지 다가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연못 위에 징검다리를 조성해 놓은 점이 눈에 띄었다. 이는 인증샷을 즐기는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를 반영한 배려인듯 보였다.

다양한 불상의 향연

탄르엉 사원 곳곳에는 연못 위의 푸른 관음상 외에도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불상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비로운 마음을 네 얼굴에 담은 황금빛 사면불상부터, 거대한 연꽃 속에서 피어난 보살상까지. 특히 산호로 만든 거친 벽면과 대비되는 매끄러운 보살상의 곡선은 이 사원이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하나의 예술 공간처럼 느껴지게 했다.

황금빛 사면불상
연꽃 속에서 피어난 보살상


엄숙함이 감도는 사찰 한쪽에서 예상치 못한 귀여운 불상도 있다. 베트남 전통 모자인 논라를 쓰고 선글라스까지 낀 채 합장하고 있는 붉은색 불상이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종교 공간에 이런 위트 있는 조형물을 배치해 둔 점이 흥미롭다.


연못을 지나 사원의 중심부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 사원의 본당이 나타난다. 화려한 단청 대신 거친 산호초를 촘촘히 박아 만든 벽면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독특한 질감을 선사한다.

지붕 위로 내려앉은 세월의 흔적과 마당 바닥에 자갈로 새겨진 물고기 문양은 이곳이 바다를 품은 사원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본당 앞마당에서 낮잠을 청하는 개들의 평화로운 모습마저 사원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곳, 탄르엉 사원의 진면목은 바로 이 소박하고도 단단한 본당 건물에 있는듯 보였다.


뻔한 베트남의 관광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소박하고 아름다운 소도시들이 보석처럼 숨어 있다. 어쩌면 이런 곳이야말로 진짜 ‘베트남스러운’ 정취를 오롯이 간직한 곳이 아닌가 싶다.

나와 비슷한 매력을 느낀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았는지, 뚜이호아 시내에는 여행자들이 교류하는 카페나 외국인이 운영하는 펍도 종종 눈에 띄었다.

저렴한 물가와 풍부한 먹거리, 그리고 정겨운 풍경까지. 강한 태풍이 몰아치는 계절만 피한다면, 언젠가 이곳에서 한 달쯤 머물며 느긋한 일상을 만끽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한 장의 사진에 이끌려 찾아온 탄르엉 사원, 그리고 그 길에서 마주한 푸옌의 순수한 숨결은 이번 여행이 나에게 준 가장 귀한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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