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숲 속 폐선로를 걸을 수 있는 다이큐지역(泰久寺駅)

다이큐지역

렌터카로 하는 돗토리 여행이다 보니 뻔한 코스를 벗어나 조금 색다른 장소를 찾아 다녔다. 그 중에서 한국사람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선 인스타그램 명소로 유명한 다이큐지역에 다녀 왔다. 돗토리현 구라요시에 위치한 이 역은 과거 구라요시역에서 야마모리역까지 약 20km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1985년 폐선된 뒤로 현재는 선로와 플랫폼 등이 남아 있으며 대나무 숲을 따라 이어지는 선로를 걸어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통근, 통학이나 구라요시 세키가네 온천까지 가는 관광용으로도 많이 이용 하였다고 한다.

가는 방법

JR 구라요시역에서 노선버스(세키가네선)로 한 번에 갈 수 있으며 시간은 약 50분 정도 소요되며 다이큐지 입구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이 곳이 폐선부지 관광안내소다. 이 곳에서 약 1km 정도 걸어거야 다이큐지역에 도착한다.

구글지도에서 이 곳을 검색하면 나오는 위치는 위 사진이다. 주차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지만 관광버스만 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일본어를 모른다면 아마 잘못 왔나 착각 할 수도 있다. 일반차량이 무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다이큐지역 관광안내소다. 구글지도에서 보기

점심시간 즈음이라 관광안내소 유일하게 있는 식당 쿤세도라쿠(燻製道楽)에 라멘 한그릇으로 끼니를 떼웠다. 훈제요리 전문점이라 그런지 계란과 고기가 훈연되어 있어 먹을만 했다.

다이큐지역으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다이큐지역으로 향했다. 관광안내소 옆에 나있는 길을 통해 선로로 올라 갈 수 있으며 약 1Km 정도를 걸어야 한다. 무더운 여름 오후 그늘 없이 1km 걸어야 하는 건 미친짓이나 마찬가지지만 일로 온 여행이라 어쩔 수 없이 갔다. 역시 공짜로 보내주는 여행에선 재미를 찾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선로 위로 올라오면 침목이 없는 두 개의 레일이 곧게 뻗어 있다. 비록 침목은 없지만 익숙한 선로 그대로의 풍경, 그리고 그 가운데를 걷고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일부러 찾아간 목적지 보다 우연히 만나는 이런 풍경 때문에 일본여행을 자주 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시골스러운 풍경이 참 매력적이다 .

마을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길 위에도 선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충분히 차가 지나 갈 수 있는 길인데 마을 사람들에게만 허락되어 있는 것 같다. 걸으면 걸을수록 좋다기 보다 감당할 수 없는 폭염 때문에 입에서는 계속 욕이 나온다. 역시 6~9월은 일본여행 금지 기간이다.

한자 그대로 읽으면 대구사다. 그래서 이렇게 더운가 싶기도 하다.

한 10분 가까이 걸으니 다이큐지(大久寺, 대구사) 앞에 도착했다. 여기쯤이면 좋겠지만 역은 선로가 끝나는 지점까지 계속 가야 한다.

그럼 오른편에 공동묘지가 나타난다. 그럼 도착한거다. 간이 화장실, 자판기, 쌩뚱 맞게 갓챠 기계가 있다. 누가 여기까지 와서 이런 걸 뽑나 싶었는데 혼자 온 중국인이 주섬주섬 지갑을 꺼내는 걸 보고 역시 뭐든 가져다 두면 팔리긴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길을 따라 쭉가면 대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나무가 있어 조금 시원할 줄 알았는데 뜨거움이 습함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다이큐지역에 있는 역명판은 복제품으로 진품은 철도기념관에 보관중이라고 한다. 진품보다 희미한 글씨가 포인트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타이큐지역에서 약 100미터 정도 걸어간 곳에 있는 대나무 숲이다. 이걸 보려고 그 고생을 해서 왔다. 높이 10미터가 넘는 대나무들이 햇빛을 가려 한낮에도 어두컴컴하다. 그래서 사람 실루엣이라도 보이면 뭔가 상당히 무섭다. 이런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인데도 오밤중에 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다니 신기하다.

조금 더 들어가면 동판으로 입구가 막혀 있는 커다란 터널이 나타난다. 일반인이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가 끝이다.

여름은 절대 피하길

덥고 습하고 모기는 많고 한여름에 다이큐지역에 찾아가는 미친짓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리고 이런 폐역을 관광 상품화 시켜 많은 사람의 방문을 꽤하는 그들의 노력은 더욱 놀랍다. 굳이 이 곳을 간다면 유라역(코난역)이나 시라카베 도조군과 함께 묶어 가볍게 다녀오면 될 듯 하다. 돗토리가 생각보다 갈 곳이 없어 한 번쯤 가봐도 좋을 듯 하다. 단, 여름은 제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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