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악산 성곽 탐방로
지난 산책의 피로가 풀리지 않았는데도 날씨가 좋아 홀린듯이 또 산책을 다녀 왔다. 이 번에도 출발 지점은 지난 번과 같은 북악 골프 연습장이다. 우버 할인쿠폰이 있는 덕분에 집에서 이 곳까지 천원 정도면 올 수 있어 편하다. 걸어서 와도 되긴 하지만 여기까지 오르막의 연속이라 저칠 체력 보유자인 나로서는 체력의 절반 가까이는 써야 돼 이 곳까지는 편하게 택시로 오게 된다.
지나 번에는 북악하늘길 2코스 위에 있는 하늘교를 건너지 않고 바로 팔각정 쪽으로 갔지만 이 날은 새로운 코스 개척을 위해 다리를 건너 하늘 전망대 쪽으로 올라갔다.
- 북악하늘길 1코스 – 북악팔각정 ~ 발바위쉼터 총거리 1.8km
- 북악하늘길 2코스 – 하늘교 ~ 성북천발원지 총거리 1.8km
- 북악하늘길 3코스 – 북카페 ~ 숲속다리 총거리 593m
올라 가는 길은 어렵지 않다. 동네 뒷산 정도 오를 수 있으면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다.
하늘전망대와 호경암
쉽게 오를 수 있지만 하늘 전망대에서 보이는 풍경은 그와 반대로 값진 풍경을 선사한다. 모든 산자락은 힘차게 꿈틀거리고 서울의 경관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도심 한가운데 이런 곳이 있다는 게 축복인 듯 하다.
하늘 전망대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호경암에 도착한다. 북악하늘길 2코스의 끝인 성북천 발원지에서 거꾸로 올라오면 계단 지옥이라 코스를 역으로 진행하는 건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나 같은 초심자에게는 더더욱 말이다. 호경암 표지석 옆에 올라서면 서울 남쪽 일대가 훤히 보인다.
호경암 표지석만 보면 이게 뭐야 싶겠지만 이 바위의 진짜 모습은 뒷편에 있다. 이 곳은 1968년 1월 21일 무장공비가 청와대를 습격하러 왔다 실패 후 도망가다 교전이 일어났던 곳이다. 그래서 호경암에는 당시의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나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김신조는 몰라도 김신조 때문에 수위 선생님이 수류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일을 알고 있을 듯 하다.
팔각정에서 곡장으로
지난 번에는 팔각정에서 바로 숙정문, 삼청각 쪽으로 내려와 계단만 주구장창 내려와 조금 아쉬워 이 날은 조금 욕심을 부려 조금 더 걸었다. 팔각정에서 종로 방면으로 5분 정도 걸어 내려오면 도로를 가로 질러 북악산 정상, 한양도성 곡장, 북악산 4번 출입문 쪽으로 갈 수 있다. 횡단보도가 있으니 어렵지 않게 이 쪽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다.
이 길을 차 수십번 지나 다녔지만 횡단하는 일도 처음이고 펜스를 넘어 도로 안쪽으로 오니 뭔가 새로웠다. 여자 혼자 다녀도 조금 안심할 수 있는 게 CCTV가 정말 많다. 함께 걷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계단을 오르고 10분 정도 걸으니 곡장 안내소에 도착했다. 자율입산제가 시행된 뒤로는 안내소는 운영하지 않고 있다. 곡장이 뭔가 싶었는데 성곽의 시설 중 하나로, 방어적으로 중요한 지점에 성곽 일부분을 둥글게 돌출시킨 것을 말한다고 한다. 쉽게 말해 감시탑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수방사 예하부대가 있는 곳이라 곳곳에 군사시설이 있어 사진촬영이 제한적이다. 뭐 보는 사람이 없어 찍어도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하니 눈으로만 가득 담고 허락된 부분만 사진으로 담았다.
곡장의 전경. 감시의 목적으로 세워진 곳이다 보니 딱히 볼 건 없다.
곡장에서 보이는 풍경. 시작점이었던 북악 골프 연습장도 보인다. 생각보다 꽤 많이 걸어와 괜한 뿌듯함이 들었다.
곡장에서 가장 멋진 사진 포인트다. 뒤로는 북악산 정상이 보인다.
북악산 성곽 탐방로의 백미
북악산 성곽 탐방로의 백미는 아마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이 아닐까 싶다. 곡장에서 부터 시작되는 이 성곽은 끝이 어딜까 계속 걷고 싶어진다. 첫 방문을 기념할 겸 성곽에 올라 사진도 한 장 남겼다. 경복궁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조선일보 앞에는 집회 나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곡장에서 북악산 정상과 숙정문으로 가는 갈래길이 나온다. 정상까지 갈까 싶었지만 슬슬 체력도 딸리고 다음 산책을 위해 숙정문으로 향했다.
성곽을 따라 걷는 길이 신기하고 즐겁다. 2년전 전체 개방된 북악산 성곽 탐방로는 조금의 체력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허락된 곳이고 무료다. 63빌딩은 안가도 여긴 꼭 가보길 바란다.
숙정문과 말바위 전망대
성곽을 따라 걷는 길도 조금 심심해질 때쯤 숙정문에 도착한다. 여기서 삼청동과 성북동 방향 두갈레로 나뉜다. 삼청동으로 가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고생일 것 같아 성북동 쪽으로 향했다.
북악산 성곽 탐방로 말바위 전망대를 지나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으로 가니 하늘이 조금씩 붉게 물들고 있었다. 전망대 보다 훨씬 더 멋진 풍경이다.
또 다른 성북동
이 날 산책의 마지막 코스는 북정마을이었다. 성북동에 이런 곳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내가 알고 있는 성북동은 담이 높아 안은 어떤 모습일까 상상만 해야하는 집들이 가득한 곳인데 여긴 반대로 집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일 정도다. 그리고 마을버스가 올라올 때면 길을 비켜주지 않으면 지나가지 못 할 정도로 길도 좁다.
더 이상 걸으면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성북03번 버스를 타고 성북구청으로 향했다. 여행에서 15,000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데 계단을 오르고 숲길을 걷고 반복하다 보니 여간 어렵지 않다. 체력이 좋아지면 조금 더 멀리 걸어봐야겠다. 북악산 성곽 탐방로 입구 안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