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야마에서 봇짱(坊っちゃん)이라는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열차며 카페며 식당이며 죄다 봇짱이란 이름을 달고 있다. 성공을 위한 수식어인지 작명의 귀차니즘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지 궁금해질 정도다.
봇짱
구글지도에서 한글로 봇짱이라 검색하면 봇짱 열차와 봇짱 카라쿠리 시계만 나오지만 일본어로 검색하면 가장 위에 음식점이 나온다. 고등학교 때 배운 일본어를 이럴 때 자주 이용한다.
후기가 40개(평점 4.4) 남짓이라 대단한 식당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 동네 대표 관광지인 봇짱 열차 후기가 300개도 안되는걸 보면 여긴 그래도 평타 이상은 하는 식당, 현지인들에게 나름 인기는 있는 곳이겠구나 싶어 찾아갔다.
이 곳은 관광지에 있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에 있다. 도고온천 상점가에서 옆으로 뻗어 있는 좁은 골목으로 들어오던가 도고온천 본관에서 도고공원으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정도다. 이 것도 의식적으로 골목 안쪽을 보지 않으면 놓칠 수 있다. 구글맵
문을 열고 들어가니 담배 냄새부터 난다. 일본도 실내에서 담배피는 곳들이 대부분 없어졌는데 아직있다니 반갑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다.
대부분 단골 행색을 한 사람들이 술과 수다에 취해 있다. 현지인만 가득한 이 곳에 관광객이라니 다들 어리둥절한 눈으로 쳐다 본다. 그냥 나갈까도 싶었지만 밥먹을거냐는 물음에 그렇다 하고 빈자리에 앉았다.
이 작은 가게의 시스템은 반셀프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물병과 컵을 주면 직접 따라 마시면 되고 물수건이 필요하다고 하면 할머니가 냉장고를 가리킨다. 정식은 500엔이고 날마다 메뉴가 바뀐다. 커다란 병맥주의 가격도 같다. 이 곳은 대부분 500엔 = 1메뉴라 생각하면 된다.
정식을 주문하면 바로 요리에 들어간다. 옆 사람이 먹고 있어서 대략 오늘의 메뉴는 어떤건지 눈치껏 알 수 있었다.
메인요리라 할 수 있는 가자미 조림과 된장국, 연두부와 적당히 간이 벤 야채, 그리고 일본에서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고봉밥이다. 단무지도 같이 먹으라며 밥 위에 올려준다. 밥의 양은 반찬과 밸런스가 맞지 않을 정도로 많아 뭐하나 남기지 않으려면 꽤나 신경써서 먹어야 한다.
다 먹은 그릇은 위에 올려두니 반사적으로 커피는 따뜻한거 차가운거 질문을 건내온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츠메타이(冷たい)로 답했다. 일상 생활에서 일본어로 대화하는 건 아직 어렵지만 식당에서 일본어로 원하는 걸 주문하는 건 조금 쉽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오천원, 오백엔으로 배부른 한 끼를 떼울 수 있는 곳이 몇이나 되겠는가. 다음에 또 마쓰야마를 찾는다면 맛있는 한 끼 부탁드리겠습니다. ごちそうさまでした。
비흡연자는 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