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여성의 날
오늘은 학원 수업이 없는 날이라 카페로 공부하러 가는 길, 골목길과 큰 도로를 막론하고 곳곳에서 꽃을 파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평소보다 유난히 많은 꽃들이 거리를 채우고 있어 무슨 날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국제 여성의 날(Ngày Quốc Tế Phụ Nữ)이었다.
사실 이런 풍경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 닌빈 여행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그때는 베트남 여성의 날(Ngày Phụ nữ Việt Nam)이었는데, 베트남에서는 이렇게 1년에 두 번 여성들을 위해 특별한 날을 기념한다.
거리마다 꽃과 선물이 넘치고, 여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따뜻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이 인상적인 문화이다.

베트남은 전쟁과 사회 변화의 긴 역사 속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매우 컸던 나라다. 많은 여성들이 전쟁에서 나라를 지켰고, 전쟁 이후에도 사회를 다시 일으키는 과정에서 중요한 힘이 되었다.
이런 배경 덕분에 베트남에서는 여성에게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 특별하게 기념된다.

베트남을 지탱하는 부드럽고 강한 힘
이런 풍경은 거리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길가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짜짠(Trà chanh) 한 잔을 곁들인 채 휴대폰에 몰두하는 남성들과 달리, 베트남의 여성들은 쉴 틈이 없다.
거리를 청소하고, 음식점의 궂은일을 도맡으며, 새벽 시장의 활기를 만들어내는 이들 역시 대부분 여성이다.
일상 곳곳에서 묵묵히 삶을 지탱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베트남에서 ‘여성의 날’은 일 년에 두 번이 아니라 매달 한 번씩은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행히 베트남에서 꽃을 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파는 곳도 많고 가격도 우리나라의 절반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침 시장에서 가족을 위한 찬거리를 가득 사고, 마지막으로 ‘나를 위한 선물’인 양 꽃 한 송이를 챙겨가는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가족을 향한 헌신 끝에 스스로에게 건네는 그 작은 꽃 한 송이야말로, 고단한 일상을 버티게 하는 가장 단단하고도 아름다운 위로가 아닐까 싶다.
이처럼 베트남 사람들에게 꽃은 단순한 장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리나라 편의점 앞에서 화려한 포장의 과자로 기념일이 다가왔음을 알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아무튼 여자에게 잘하자
베트남의 기념일은 과한 포장 대신 거리를 가득 채운 생생한 꽃향기로 먼저 찾아온다. 물론 파는 사람의 목적이야 이윤을 남기는 것이겠지만, 꽃을 고르는 사람들의 마음은 사뭇 다르다.
꽃을 받는 사람이 얼마나 행복해할지를 상상하며 신중하게 한 다발을 고르는 그 순수한 마음들.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꽃 한 송이로 마음을 전할 줄 아는 베트남 사람들의 이런 진심이, 나로 하여금 이 나라를 조금 더 사랑하게 만드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