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여행 매력 철철 넘치는 나라

 

스리랑카 여행

남들이 잘 찾지 않는 곳으로의 여행은 왠지 모를 설렘으로 가득하다. 올해도 작년만큼 기억에 오래 남을 여행지를 찾다 스리랑카 여행을 계획하게 됐다. 주위 사람들에게 스리랑카에 간다고 말을 하니 ‘스리랑카가 어디야?’, ‘거긴 뭐 볼게 있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저 두 개가 전부였다. 이 정도의 반응이면 낯선 여행지임에는 분명했다. 나 역시 스리랑카에 대해 아는거 라고는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많은 나라, 홍차가 유명한 나라 정도였으니까.

난 스리랑카가 인도 밑에 있는 건 이번 여행에서 처음 알았다. 여행이 잦다 보니 준비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인천에서 쿠알라룸푸르를 경유해 수도인 콜롬보로 가는 가장 저렴한 티켓을 끊었고 스리랑카 여행을 가면 꼭 가봐야 할 몇 군데 도시만 적어 놨다. 더울 게 뻔하니 더럽혀 질게 뻔하니 입다가 버려도 아깝지 않을 옷들을 챙기고 가장 편한 신발을 신고 머리 뒤까지 올라 오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콜롬보로 향하는 비행기 안. 향신료가 가득한 기내식을 보니 여행 내내 음식 때문에 고생 좀 하겠구나 했는데 한입 먹으니 웬걸 우리 내 입맛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역시 겪어보지 않고 내리는 섣부른 판단은 세상에서 제일 바보 같은 일임을 또 한번 느꼈다.

입안을 스리랑카 향으로 도배하고 한 시간 남짓 잤을까. 도착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나왔다. 버릇처럼 창 밖을 내다보니 제각각 빛나는 불빛 들이 바다 위에 떠있는 고깃 배 구나 생각했는데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가로등과 집집마다 켜 있는 불빛 들이 금방 이라도 꺼질 듯 희미하게 불빛을 내고 있었다. 고생 좀 하겠구나 라는 생각도 잠시 밤하늘에 떠 있는 윤슬 정도로 해두기로 했다. 그래도 여행에 조금의 낭만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스리랑카 여행

오랜 비행과 기다림 끝에 스리랑카 여행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콜롬보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있던 에피소드부터 풀어볼까?
입국심사를 받으러 가다 과한 친절로 무장한 스리랑카 사람이 접근했다.
여행에서 과한 친절을 배푸는 사람은 열의 아홉은 언제나 분명한 목적이 있는 걸 잘 알고 있는 터라 그냥 미소만 건내고 말았는데 계속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묻더니 입국 서류를 대신 작성해 주겠다고 한다.

남방에서 펜을 꺼내길래 내가 적겠다고 빌려 달라고 하니 한사코 자기가 적어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못이기는 척 순서대로 불러줬다.
혹시나 싶어 다 적기 전에 왜 적어 주냐? 공항 직원이냐? 물었는데 돈을 달라는 제스쳐를 보낸다. 역시나 이 사람도 아홉에 속했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여행 계획대로 환전을 하고 심 카드를 사고 미리 예약한 숙소를 찾아 공항을 빠져 나갔겠지만 난 급할 것도 없었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으니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자정을 넘어 새벽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가장 급한 건 흡연 구역을 찾는 일이었다.
의자에 배낭을 기대 놓고 크게 팔을 돌리며 담배 한 개피와 라이터를 들고 공항 밖으로 나갔다.
춥기로 악명 높은 에어 아시아를 타고 와서 그런가 스리랑카 새벽 공기는 한여름 옥탑방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을 들이켰다.
그리곤 아무런 계획도 없는 스리랑카 여행에 대한 걱정 섞인 한숨과 함께 내뱉었다.

내뱉는 담배 연기를 봉수대 쯤으로 생각했는지 어느새 주위엔 서너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담배가 피고 싶었는지 호객을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앉아서 흘겨볼뿐 아무런 말도 걸지 않았다.
담배를 다 피고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그제서야 한 사람이 담배 하나만 달라고 말을 건 낸다. 진작 말하지. 나 담배 한 개피에 그리 인색한 사람은 아닌데.
담배도 폈겠다 할일 하나는 이미 해결. 환전을 하고 심카드를 사고 공항 구석에 있는 카페에 가서 처음 보는 음료수를 하나 샀다.
생강맛 탄산음료였다. 건강해지다 나빠질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이 이후로 여행 내내 이 음료는 사질 않았다.

담배도 피고 갈증도 해결한 여행자의 고민은 이제 단 하나. 콜롬보로 갈까? 캔디로 갈까? 결정만 하면 됐다. 어차피 내일 시기리야 록을 갈 거니까 멀어도 캔디로 가기로 했다.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장고 끝에 악수 난다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여행에서 선택과 고민은 항상 짧게!
이제 마지막 남은 숙제 호텔만 예약하면 됐다. 호텔 숙제는 식재료와 숙박 업소의 달인인 녀석이 있어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믿을 수 없는 가격에 훌륭한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던 이 호텔은 스리랑카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 됐다.

모든 준비가 끝났으니 이제 캔디로 가기만 하면 됐다.
콜롬보 공항에서 캔디까지는 대부분 버스를 이용하지만 늦은 시간이고 짐도 많고 장시간 비행기를 탄 뒤라 이젠 제발 좀 편하게 가고 싶은 마음이 커
공항 밖에 있는 택시를 가장한 일반 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캔디까지 가는 3인분 버스 비용과 별반 차이도 없었다 사실.
여행에서 흥정은 항상 나의 몫이기 때문에 공항 밖으로 나가 담배 필 때 그림자처럼 쫓아 다니던 사람에게 협상을 들어갔다.
깎고 깎고 또 깎아 여행사 직원들도 믿을 수 없는 가격에 극적 타결. 캔디까지 에어콘 빵빵 나오는 차로 갔다.
구글 지도 에선 2시간 반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1차선 인데다 가로등도 별로 없는 어두운 길이라 3시간이 더 걸린 듯 했다.

난 정말 여행에 대한 준비성은 없지만 문제해결 능력은 정말 뛰어난 것 같다.
새벽 4시나 돼 서야 호텔에 도착했다. 친절한 호텔 직원의 도움으로 쇼파에 누워 잠깐 새우 잠을 자고 일출 시간에 맞춰 무작정 캔디 호수 근처로 향했다.
더운 나라 답게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나도 더운 곳에 살면 좀 부지런 해질까?

 

캔디의 새벽 공기를 잔뜩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짐을 맡기고 간단하게 씻고 시기리야 록을 가기 위해 호텔을 나섰다.
근데 어떻게 가지? 이렇게 대책 없이 여행 다니는 사람도 없을 것 이다 정말.

준비를 철저히 해서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일이 절반 이상을 차지 하지만 그냥 오롯이 목적지만 정하고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아무런 계획이 없다. 스리랑카 여행에서도 도시만 정했지 뭐가 있는지는 공항에 도착해서 인터넷으로 검색해 본 게 전부. 그 중 이건 꼭 보고 가야겠다 정한 게 있는데 바로 시기리야다.

스리랑카 여행의 상징과도 같은 이 곳은 녹색 숲 사이 봉긋 솟아 오른 바위 산으로 정상 위에는 고대 도시가 건설 되어 있었다. 스리랑카의 마추픽추 라고들 부르지만 높은 곳에 도시를 지었다는 것 말고는 확연하게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마주픽추도 대단하지만 시기리야 고대 도시 역시 전혀 뒤지지 않는 위대한 유적지다.

드디어 커다란 사자 바위가 있는 정상에 도착 한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한숨 푹 푹 쉬며 날카로운 사자 발톱을 담아 본다. 이 왕국이 멸망하지 않고 온전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봤다. 아마 세계에서 가장 큰 사자 바위 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겠지?
근데 너무 덥다. 목이 탄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물이라도 사오는 건데 말이다. 옆에서 시원하게 물을 마시며 갈증 해소를 하는 외국인에게 애처로운 눈빛을 보낸다. 역시 실패다. 구석에 수도꼭지가 보여 입만 적시고 다시 암벽 사이로 나있는 계단을 오른다.

내려 오는 건 역시나 금방 이었다. 올라갈 때 놓쳤던 풍경도 다시 살피고 주차장 입구에 도착해 커다란 물 한통을 사서 벌컥벌컥 마셨다. 이미 옷은 조금만 힘을 쥐어 짜면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젖어 있었다. 스리랑카 여행의 시작이 처음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싶다 가도 내가 언제 이런데 와서 이런 멋진 풍경을 보겠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란 생각에 그것도 잠시 뿐이다.
스리랑카 여행은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나라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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