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라멘 재즈 선율이 흐르는 산쿠(三く)

우리나라 김치가 지역별로 다른 것처럼 일본의 라멘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라멘 베이스(돼지뼈, 닭뼈, 된장, 소금, 간장 등)가 되는 국물에 따라 그 차이가 명확하게 나는데요. 오사카 라멘 맛집중 하나인 산쿠는 기존에 흔하게 볼 수 없는 멸치 육수를 사용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만 일본에선 흔하지 않은 육수 재료 입니다.

위치

오사카  JR 도자이 선 신후쿠시마역에 위치한 산쿠는 오사카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명품 라멘 맛집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여행이나 유명 관광지만 좇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많이 닿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관광 상품화된 여느 맛집과 달리 이곳은 요즘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국어나 영어로 된 메뉴판이 없을 정도로 관광 상품화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오사카 여행에서 공식처럼 가는 우메다역에서 한정거장인데도 말 입니다.


심야식당의 주인공

미슐랭 2스타의 산쿠(三く)는 여느 라멘집과는 조금 다릅니다. 고기의 비율이 높은 육수가 아닌 멸치를 오랫동안 끓인 육수로 국물을 만들어서 깔끔한 감칠맛이 납니다. 또 영업시간이 오전 11시 39분부터 오후 11시 39분까지이고 오후 2시39분부터 오후 6시 38분까지는 브레이크 타임으로 문을 닫습니다. 상호명이 39에서 착안한듯한 재미난 발상 입니다.

출출한 저녁, 편의점 음식은 부족할 것 같아서 산쿠를 찾아 갔습니다. 자녁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가게 앞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야근을 마치고 밖에서 저녁 끼니를 때우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나 같으면 집에 가서 씻고 누워 천장을 보며 오늘 하루를 곱씹으며 신세 한탄하기 바쁠텐데 라멘집에 온걸 보니 라멘 한그릇이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보약이라도 되는 모양 입니다. 그 모습을 보니 일본의 유명 만화가 아베 야로의 만화를 원작으로 제작한 드라마 심야식당이 떠올랐습니다.

재즈 음악이 흐르는 라멘집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라멘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보통 이런 곳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빠른 노래를 틀어 두는게 일반적인데도 말입니다. 라멘집이 맞나 싶기도 하지만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이 쉴새 없이 젓가락질 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는 라멘집입니다. 분위기에 적응을 못해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거넨 오는 직원들의 우렁찬 인사 소리는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1,000엔을 꺼내 자판기에 넣고 고민할 필요도 없이 왼쪽 상단에 있는 가케라멘을 눌렀습니다. 경험상, 자판기가 있는 식당에선 왼쪽 가장 위에 있는게 그 집 시그니처 메뉴 입니다. 메뉴판을 주는 식당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모를 땐 가장 위에 메뉴중 1~3번째 중에 주문하면 됩니다.

서서 기다리는 불편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습니다. 자리에 앉으니 그제서야 마음이 안죙 되면서 가게 안의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합니다. 벽 한 편에 다양한 나라의 말로 감사의 표시가 적혀 있는 옷이 걸려 있었는데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39의 발음이 ‘thank you’ 와 비슷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또 벽에 그려진 멸치 4마리는 가게 안에서 하지 말아야 할 금지 사항을 가르쳐 주고 있었습니다. 흡연, 통화, 외부 음식 반입, 그리고 헤드폰. 가게 안에서 들려주는 재즈 음악을 들으며 오롯이 먹는 데에만 집중하라는 얘기 같기도 했습니다.

오사카 라멘

심봉사 눈이 떠질 맛

입맛을 돋우는 새콤달콤한 쓰케모노, 물수건, 젓가락이 앞에 놓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커다란 멸치가 고명으로 올려진 가케라멘이 나왔습니다. 커다란 멸치의 비주얼을 보는 순간 주문에 실패했구나 싶었습니다. 일단 맛이나 보자 하는 심정으로 숟가락으로 국물을 살짝 떠 입에 넣었습니다. 심봉사가 먹었다면 눈이 떠졌을 만큼 놀라운 맛이었슨비다. 이게 웬일인가 싶어 입을 헹구고 이번에는 국물을 숟가락에 가득 떠 먹었습니다. 깊고 부드러운 감칠맛이 입안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감칠맛은 MSG가 하는 일이라 여겼는데 그동안 큰 착각을 하고 있었나 봅니다. 면은 국물 안에서 탱탱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데 쓰케멘의 면이라 해도 될 정도였습니다. 또 고명으로 얹어진 국물을 가득 머금은 차슈는 입안에서 사르르 부서질 정도로 부드러웠습니다. 깊은 여운 대문인지 다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보기 좋은 음식도 감동을 주지만 맛있는 음식은 더 오래 더 깊은 감동을 주는 것 같습니다. 식사후 마지막까지 배웅을 해주는 것도 산쿠만의 특징 입니다.

大阪 三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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