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무지개산
페루여행을 계획하고 필수로 가야 되는 마추픽추를 제외하고 딱 한군데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바로 페루 무지개산 비니쿤카다. 비현실적인 풍경으로 여행 욕구가 생긴 건 조지아 이후 두번째. 설마 이런 곳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다.
이 곳은 페루 쿠스코 지역 안데스 산맥 해발 5,000미터에 위치해 있다. 참고로 한라산 백록담 높이가 1,947m다.
마추픽추에 말도 안 되는 입장료와 생색내는 것 같았던 오전권, 오후권, 교통비를 생각하면 비니쿤카 투어는 정말 가성비 킹왕짱 투어다.
마추픽추를 보고 느꼈던 감동 비니쿤카에서 느낀 감동이 훨씬 컸다. 단순히 가격이 싸서 그런게 아니라 워낙 많은 매체에서 마추픽추를 보고 큰 기대를 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다.
비니쿤카 투어는 새벽에 쿠스코 광장에 모여 미니 버스를 타고 비니쿤카까지 이동해 자유롭게 트래킹을 시작한다. 5,000미터의 산을 오르지만 사실 고산병만 없다면 동네 뒷산 수준이라 등산 보다는 트래킹이 더 맞는 것 같다.
심한 사람은 쿠스코(3,400m)만 가도 고산병으로 고생 하는데 서양 여행자들은 힘들지도 않나 담배도 잘만 핀다. 담배 피는 걸 딱히 제재 하진 않지만 숨이 차서 피기 힘들텐데 말이다.
비니쿤카에서 캠핑을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어젯밤에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충분히 그려진다.
차에서 내린 뒤 짧게 자유시간을 갖고 가이드가 간단한 설명을 하고 투어가 시작 된다. 비니쿤카 입구까지는 대부분 일행들이 함께 걷는다. 그리고 이 후부터 체력에 따라 뿔뿔이 흩어진다.
입구에서 말을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데 사람 수에 비해 말 숫자가 적다보니 말을 타고 싶어도 못타는 경우가 있다. 걷기 싫으면 무조건 달려가 말부터 찾길 바란다. 난 중간에 너무 힘들어서 운좋게 탈 수 있었다. 그냥 처음부터 타는 게 좋다.
비니쿤카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잘 조성되어 있다. 걷기는 편하지만 고산병 때문에 숨 쉬는 것도 조금 불편하고 머리도 아프고 발도 무겁다. 쿠스코에서 고산병 때문에 고생한 사람들은 아마 안가는 게 좋을수도 있다. 올라가다 실려서 내려오는 사람도 종종 있다.
페루 푸노가 약 4,000미터 정도되는 도신데 이 곳에서는 잠 잘때 숨 쉬는 게 좀 불편했다. 이런 걸 고산병이라고 하는구나 느끼는 정도였는데 여긴 진짜 힘들다. 한 번 숨 쉬면 될 걸 3~4번으로 나눠 쉬게 된다.
꽤 멀리 온 것 같은데 뒤를 돌아보니 웃음만 난다. 망할 고산병 때문인 것 같다.
같은 버스를 타고 왔던 일행과 스몰토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지금까지는 다들 괜찮아 보인다. 날씨까지 말도 안되게 좋다보니 다들 조금 들뜬 느낌까지 들었다.
이 곳에서 비니쿤카 입장료(10솔)를 사고 본격적으로 오르게 된다. 가이드가 산 후에 이름을 부르며 나눠주기 때문에 별도로 신경 쓸 건 없다.
위에서도 얘기 했지만 이 곳에서부터 말을 탈 수 있다. 이 이후로는 말을 탈 수 있는 기회가 적고 중간에 타더라도 어차피 금액은 같다. 난 고산병을 이겨 내고 정상까지 가겠다? 됐고 그냥 편하게 타고 올라가라.
남미의 자연 환경은 실제로 보지 않는 이상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역시 여행은 이런 맛에 다니는 것 같다. 목적지는 보이지도 않는데 숨이 벌써부터 차 오른다. 고산병 증상에 좋다고 코카잎을 씹으라고 주는데 딱히 효과가 있는 건 모르겠다.
엄청 많이 올라 온 느낌인데 뒤를 돌아보니 입구가 보인다. 역시 뒤를 보면 안된다.
가이드 및 일행과 떨어 졌다고 걱정 안해도 된다. 날 버리고 가진 않는다. 그래서 너무 무리해서 가지 말고 중간에 쉬고 싶으면 쉬어도 된다.
정상에서 가이드가 자기가 인솔하는 사람들이 전부 내려가기 전까지 내려가지 않는다. 워낙 힘들기 때문에 빨리 갈 필요도 없고 재촉하는 사람도 없다. 내 페이스에 맞춰 오르길 바란다. 난 오르는 시간보다 쉬는시간이 더 많았다. 그냥 힘들면 무조건 누워서 한 참을 멍 때렸다. 그리고 말을 운좋게 말을 탔다.
페루 사람들에게 비니쿤카는 동네 뒷산 수준인 것 같다. 콧노래를 부를 정도니 말이다. 말을 타는 내 모습이 얼마나 웃겼을까 싶다.
말을 타고 오르는 것도 여간 쉽지 않다. 말도 힘들어 하고 나도 힘들고 마부도 힘들어 하고 셋 모두 힘들다. 말이 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까지 가고 말에서 내리고 정상까지는 걸어서 올라 갔다. 난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고 돈을 더 달라길래 어쩔 수 없이 줬다. 아니 줘야 맞는 것 같았다. 아마 말을 타지 않았다면 해가지고 나서야 도착 했을 것 같다.
너무 힘들어서 그런가 올라 오기전보다 수염이 더 자랐다. 이 것도 믿을 수 없지만 비니쿤카의 풍경은 더 믿을 수 없었다. 지구 외에 또 다른 행성이 있다면 아마 이런 모습일 듯 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마션 풍경이 이런 느낌이었지 아마.
살면서 가장 높은 곳에 두발로 올랐다. 5,013m다.
가장 유명한 포토존은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아주 조금 더.
숨은 턱까지 차오르고 두통도 좀 있었지만 이 경이로운 풍경에 이 순간만큼은 견딜 수 있었다. 보통 가이드를 동반한 투어는 재촉의 연속, 이동의 연속인데 이 곳에선 그런게 없다. 보고 싶은 만큼 담고 싶은 만큼 가득 담을 수 있다.
여기가 최정상이다.
내려 가는 길은 올라갈 때보다 훨씬 수월하다. 내려 가면서 보이는 풍경도 엄청나다. 그리고 말을 탈고 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려 갈때 말을 탄 사람들은 대부분 실신 상태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봐도 숨이차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페루 여행을 가면 꼭 한 번 가보길 바란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예고에 페루가 나와 반가워 지난 사진을 꺼내 본다.
투어 예약
비니쿤카 투어는 쿠스코에서 예약하고 갔다. 몇군데만 돌아보면 대략적인 시세를 알 수 있다. 왕복 미니버스+조식 포함이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는 방법도 있다. 쿠스코에서 쿠시파타(Cusipata)까지 버스나 택시를 타고 이동한 후 여기에서 티켓을 사서 갈 수도 있다. 투어 비용 절반 정도에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