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하기(萩)
하루 종일 운전만해서 그런가 야마구치 여행 2일차에는 아침 늦게까지 침 질질 흘리며 늦잠 자고 천천히 나섰다. 첫 날 숙소 하기코마치에서 2박이고 숙소 주변만 볼 예정이라 딱히 서두를 필요도 없었다.
하기를 구글지도에서 보면 야마구치현 중심까지 포함되어 있어 꽤 커보이는데 사람이 사는 곳은 하기시라고 표시되어 있는 하기역 근처가 전부다. 대부분 산으로 되어 있어 볼 것도 사실 별로 없다.
하기 시마트
늦은 아침은 하기 시마트를 찾았다. 이름은 마트지만 국도에 있는 미치노에키다(국도 휴게소 정도). 이 곳에서는 지역 특산물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료를 이용해 만든 식사도 할 수 있다.
미치노에키에 있는 식당 중 가장 평이 좋은 간간이라는 (がんがん)식당에 갔다. 유일하게 오픈한 곳이라 선택도 사실 없었다. 생선 대가리 조림이 메인인 런치 정식을 시켰다. 회, 샐러드, 국, 튀김이 함께 나오는데 별 맛 없다. 확실히 백반은 우리나라가 최고인 듯 하다.
하기성
위 사진에 보이는 해자를 중심으로 왼쪽은 하기성 마을, 오른쪽은 하기성이다. 성이라고 하지만 성은 없고 성터만 남아 있어 별로 볼 건 없다. 블로그 후기도 가뭄에 콩나듯 보이니 얼마나 인기 없는 곳인지 알만하다.
사진으로 빠르게 대충 보자
일본 역사에 관심이 많으면 흥미를 끌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일본 역사 좋아서 일본 가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봄에 벚꽃이 유명하다고 하는데 벚꽃 보러 여길 굳이 올까 싶다.
성곽을 따라 걸으며 xx 있었던 곳이라는 푯말만 마주치게 된다. 하기성 마을이 없었다면 아마 여긴 아무도 오지 않을 유령 관광지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하기성 마을
2015년에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하기성 마을은 담벼락이 인상적인 마을이다. 이 곳은 에도 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당시 지도를 지금도 관광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길이 비슷비슷하고 넓어 지도를 보고 이동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마을 자체가 워낙 커 전부 둘러보는 건 힘들지만 그래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나마코벽이 아름다운 키쿠야 요코쵸, 흑판담이 인상적인 에도야 요코쵸, 흰담벼락길 이세야 요코쵸는 한 번쯤 걸어볼만 하다.
그늘을 피할 곳이 없어 해가 머리 위에 있는 시간은 피하는 게 좋고 여름엔 안가는 게 좋다. 사람이 살고 있는 곳도 많고 유적으로 된 가옥이 많아 더위를 피할 길이 없다. 카페는 마을 바깥쪽에 대부분 위치해 있다.
공유 자전거도 이용할 수 있으니 빠르게 둘러보고 싶다면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난 걷는 걸 좋아해서 이용하진 않았다. cogi cogi 앱을 이용하면 된다. 하기성 마을을 차를 끌고 갈 한국 사람이 몇이나 싶지만 이 곳은 유무료 주차장이 나눠져 있다. 몇 걸음 차이도 없는데 유료에 주차하는 사람이 많다. 아마 몰라서 그런 것 같다. 하기성 근처에 있는 주차장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괜히 아까운 돈 버리지 말길 바란다.
호토리테이 카페
하기성 마을을 둘러보고 이 곳에서 가장 크고 분위기 좋은 카페 호토리테이 카페에 방문했다.
대로변에 있는 건 빵집이고 호토리테이(畔亭)는 이 간판이 있는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예약을 했냐 물어보길래 안했다고 하니 다다미 방으로 안내해 줬다.
고민가를 개조한 카페로 니은자 구조로 되어 있고 가운데 정원이 있다. 어디에서도 정원을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꽤나 신경써서 리노베이션한 느낌이 팍팍 든다. 기존 디자인을 해치지 않게 적절하게 사용한 나무는 벤치마킹을 하고 싶을 정도다. 이런 건 확실히 일본이 잘한다.
카페 분위기와 다르게 음료와 디저트는 평범하고 식사를 하는 손님이 더 많다. 다른 테이블을 슬쩍보니 건강한 한 끼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곳이라 적당히 예쁘기만 하면 되는 듯 하다.
또 다른 선택지였던 하기 푸딩. 이 곳은 고민가를 현대적으로 개조한 곳으로 한쪽은 브루어리, 한쪽은 푸딩가게다. 흔한 푸딩이라 생각하겠지만 이 곳은 일본 전국 푸딩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유명한 곳으로 전국으로 배달까지 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두 곳만 가면 하기 카페는 다 갔다고 봐도 된다. 차가 없었으면 브루어리에서 맥주 한 잔 하고 싶어지만 차가 있는 관계로 패스.
하기역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바로 옆에 있던 관광안내소까지 길 건너로 이전해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역이다. 역의 기능보다 역 앞에 있는 우체통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
예쁜 무인역이지만 일본에선 흔한 풍경이라 영화나 애니메이션 배경이 되지 않는 이상은 일부러 사람이 찾진 않을 듯 하다. 하기의 메인역은 히가시하기역이라…
무라타 가마보코 본점
야마구치는 수산물로 유명한 곳이라 자연스레 가마보코도 명물이 돼버렸다. 그 중 하기 브루어리에서 팔고 있는 무라타 가마보코를 근처에 공장이 있어 찾아 갔다. 본점은 브루어리에서 판매하고 있지 않는 어묵도 맛 볼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다.
환율과 어육 함유량을 생각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니다. 복어로 만든 건 비싸지만 즉석에서 먹을 수 있는 어묵은 싸다. 하기에서 제일 맛있었던 게 뭐냐 꼽으면 바로 어묵이다. 진짜 맛있다. 차가 있으니 역시 소도시 여행이 편하다 정말.
카사야마 전망대
2일차 마지막 코스 카사야마 전망대. 숙소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산인데 여기서 보는 경치가 정말 어마어마하다. 차가 없으면 가기 힘든 곳인데 차가 있어 땀 한방울 흘리지 않고 쉽게 올라 갔다.
주차장에서 몇 걸음만 걸으면 나오는 분화구. 안쪽으로 내려 갈 수 있게 계단으로 해두었다. 폰으로 찍어 밝아 보이지만 어둡고 을씨년스럽다. 뭐가 튀어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만큼 말이다.
정상에는 전망대 겸 카페도 있는데 이 곳에서 보는 경치가 정말 장관이다. 누가 올지 모르겠지만 하기에 온다면 일몰은 여기서 보길 바란다.
자차나 바이크를 이용해 야마구치 여행을 한다면 놓치지 말고 방문해야 될 하기. 대중교통이 워낙 불편하니 뚜벅이 여행자에겐 추천하지 않는 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