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메
엔도지 상점가 근처 시케미치 거리에 있는 뉴포피라는 카페를 찾다가 발견한 미루메(mirume). 코너에 있어 눈에 띄기도 했지만 일본 특유의 나무를 사용한 따뜻한 인테리어에 반해 홀린 듯 들어갔다. 이 곳은 나고야 서쪽에 위치한 미에현 이세(伊勢)지역에서 생산되는 차를 파는 곳으로 2021년에 오픈 했다고 한다. 미에현은 이번 나고야 여행에서 마구로 레스토랑 가려고 일부러 방문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미루메(みるめ)가 뭔지 궁금해 찾아보니 차 업계의 용어로 주로 어린 새싹, 새순이라는 뜻으로 차 농가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름에 두가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데 하나는 어린 새싹을 사용한 좋은 품질의 차를 제공한다는 의미와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도전 정신이라고 한다. 참고로 이세가 위치한 미에현은 시즈오카, 가고시마 다음으로 녹차 생산량이 많은 지역이라고 한다.
이세차를 즐기다
1층에는 이세에서 생산된 다양한 어린잎 차를 잎이나 파우더, 티백 등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그 외 차와 함께 즐기면 좋은 양갱이나 떡도 있다. 2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한가한 오후에 들이 닥친 나에게 선뜻 무료 시음을 권했지만 예상치 못한 나고야의 더위 때문에 시원한 2층으로 향했다. 먹고 갈게요!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이 비싼 가격이 아니라 나오면서 하나 살까 싶기도 했지만 분명 집에 가면 먹지 않고 싱크대 상부장 구석에 쳐박아 둘 게 분명해 구경만 했다.
2층은 테이블석 5개와 카운터석으로 되어 있으며 밖에서 본 것 보다 더 아늑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일본어로 먼저 물어보기 전에 선수쳐 ‘한국인 입니다.’ 라고 하니 친절하게 한국어로 되어 있는 테이스팅 노트를 가져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번역이 어색하지 않게 되어 있긴 했지만 선뜻 선택하기는 어려워 추천을 부탁 드리니 카오리코마치(香小町)를 권해 그 걸로 주문했다. 그리고 같이 먹을 떡도 함께.
나무로 된 트레이에 정갈하게 올려져 나온다. 이래서 일본여행을 좋아하는 것 같다.
따뜻한 물을 다관에 따라 그냥 먹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먹는 방법이 꽤나 귀찮다. 찻잎이 벌어지는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져 세 번의 방법으로 먹어야 한다고 한다. 이건 한국어로 된 메뉴얼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지 영어로 가져다 주었다. 메뉴얼을 보고 따라해도 충분할 것 같은데 옆에서 친절하게 하나 하나 설명해 줘 제대로 된 이세차를 즐길 수 있었다.
평소 먹던 녹차와 색은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내가 알고 있는 녹차 맛과 전혀 다른 향과 맛이 났다. 첫 잔은 감칠맛과 단맛이 강하게 느껴졌으며 두 번째 잔은 감칠맛이 덜하고 단맛과 떫은 맛이 났고 마지막 잔은 현미를 넣어 구수한 맛이 강하게 났다. 온도와 시간까지 신경 써 가며 먹어야 하나 싶었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조금 기대했던 뉴포피에서 대실망을 하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생각 이상으로 즐거운 경험을 하게 돼 급 기분 좋은 오후가 됐다. 나고야에서 오전엔 모닝세트를 즐기고 오후엔 미루메에서 차분한 시간을 보내보자. 미루메 인스타그램
녹차와 말차의 차이
일본여행을 하다보면 녹차(緑茶)나 말차(抹茶)를 한 번쯤 들어 봤을텐데 정작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말차는 분말에 ‘말’로 즉, 가루를 뜻한다. 찻잎을 곱게 갈아 물에 넣어 먹는 것이고 녹차는 잎 자체를 우려 마신다. 가루로 먹냐 잎으로 먹냐에 따라 부르는 말이 다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면 말차는 녹차의 종류 중 하나로 찻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제조한 차로 센차(煎茶), 교쿠로(玉露), 반차(番茶), 말차(抹茶), 호지차(焙じ茶) 등 제조 방법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흔히 마시는 센차는 햇볕을 받아 쭉쭉 자란 찻잎을 쪄서 주물러 건조시키는 제조법을 사용하며 말차는 연차(碾茶)라는 차를 사용합니다. 연차는 찻잎을 따기 전에 짚이나 전용 검은 시트를 약 20일간 덮어 햇빛을 차단하고 쪄서 건조시킨 것으로 이것을 맷돌로 잘게 갈으면 말차가 된다. 햇빛을 가리면 찻잎의 색이 짙어져, 떫은맛의 근원으로 여겨지는 카테킨의 생성을 억제하고, 감칠맛 성분인 테아닌(녹차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이 많이 포함되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