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식 카레 전문점이나 현지 식당에 방문하면 접시 한쪽에 살포시 얹어져 나오는 빨간색 절임 반찬을 흔히 접하게 된다.
김치나 단무지와는 확연히 다른 비주얼과 식감을 자랑하는 이 반찬의 정체는 바로 후쿠진즈케(福神漬)다.
후쿠진즈케는 진하고 걸쭉한 일본 카레 특유의 유분기와 단맛을 밸런스 있게 잡아주는 일등공신이다. 단순히 곁들여 먹는 절임을 넘어 일본 내에서는 별도의 기념일까지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대중적인 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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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진즈케의 진짜 정체와 풍미의 특징
후쿠진즈케는 무, 가지, 오이, 연근, 생강, 차요테 등 여러 가지 채소를 간장, 설탕, 식초를 베이스로 한 조림 양념에 저며 절여 만든 일본의 대표적인 츠케모노(절임 반찬)다.
제품이나 제조사에 따라 들어가는 채소의 종류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내는 오독오독한 식감이 핵심이다.
한국의 장아찌나 단무지와 비교되곤 하지만, 자극적인 매운맛은 전혀 없다. 간장 풍미가 깊게 배어 있으면서도 짭조름함과 달콤함, 그리고 약간의 새콤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식감이 워낙 아삭하고 경쾌하여 자칫 느끼해지기 쉬운 카레의 맛을 입안에서 깔끔하게 정리해 준다.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강렬한 빨간색은 대부분 제조 과정에서 식용색소를 첨가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공색소를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색과 간장 빛을 살린 자연스러운 갈색 후쿠진즈케도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널리 유통되고 있다.
칠복신에서 유래한 이름과 카레와의 운명적 조합
이름에 쓰인 ‘후쿠진(福神)’은 일본 전통 신앙에 등장하는 칠복신(七福神)에서 유래했다. 7가지 채소를 다채롭게 사용하여 절인 반찬이라는 점을 칠복신의 복된 이미지에 비유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일본에서 카레와 후쿠진즈케의 조합은 마치 한국의 라면에 김치, 혹은 짜장면에 단무지와 같은 공식으로 통한다. 걸쭉하고 달큼한 일본식 카레 루와 아삭하고 짭조름한 절임 채소의 합은 물리적인 식감뿐만 아니라 맛의 영양적·감각적 균형을 완벽하게 잡아준다.
7월 29일과 7월 7일, 두 개의 후쿠진즈케의 날
재미있게도 일본에는 후쿠진즈케를 위한 기념일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날은 매년 7월 29일로 지정된 ‘후쿠진즈케의 날’이다.
이는 일본의 절임식품 전문 기업인 신신에서 제정한 것으로, 일본 특유의 말장난인 고로아와세에서 착안했다.
숫자 7은 칠복신(七福神)을 의미하고, 2(ふ)와 9(く)의 발음을 합치면 복을 뜻하는 ‘후쿠(ふく)’가 된다. 즉 칠복신의 ‘7’과 ‘후쿠’의 ’29’가 결합하여 7월 29일이 된 것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카레 소비량이 증가하는 시기와 맞물려 소비 촉진 효과도 함께 거두고 있다.
한편, 원조 제조사로 알려진 주에쓰(酒悦)가 지정한 7월 7일 ‘주에쓰 후쿠진즈케의 날’도 있다. 이 역시 7가지 채소와 칠복신의 의미를 담아 7이 두 번 겹치는 날로 제정한 것이다. 일본 특유의 위트 있는 음식 기념일 문화가 유쾌하게 적용된 사례라 할 수 있다.
후쿠진즈케는 단순한 카레의 부재료를 넘어 고유한 스토리와 유래를 담고 있는 일본의 소중한 식문화 자산이다. 일본 카레를 즐길 때 이 소소한 절임 반찬이 지닌 의미와 맛의 합을 음미해 본다면 식사의 즐거움이 한층 깊어질 것이다.









